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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최동훈이 장르를 변주하는 방식
- 외계행성에서 반란을 일으킨 죄수를 인간에게 주입하면 둘은 한 몸으로 살아간다.
- 이때 외계인은 기억을 잃은 채 뇌속에 잠들게 되고 인간은 자기 몸속의 이물질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다시 남은 생을 영위한다.
- 보디 스내처 영화의 원조 격인 <신체 강탈자의 침입>(1956) 그리고 <인베이젼>(2007)을 떠올리게 하는 SF적 설정은 <외계+인>의 2022년 현재 파트를 수렴하는 구심력이다.
- 인간의 몸을 뚫고 촉수를 뻗친 다음 도심 한복판에 핏빛 공기를 터뜨리는 약간은 호러적이기까지 한 존재가 최동훈 영화에 착지한 것이다.
-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한국영화의 야심찬 성취 혹은 지평의 확대라는 산업적 의미는 이 글에서 잠시 차치하기로 한다.
- 질문하고 싶은 것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시도가 그의 가장 익숙한 스탕 일과 교차할 때 생기는 이질감과 당혹감, 혹은 흥미로움에 대해서이다.
- 고려와 외계, 도술과 초능력, 1부와 2부가 대담하게 이형접합한 결과가 <외계+인>이다.
- 13개월의 촬영 기간, 도합 700억원대의 제작비가 소요된 초거대 프로젝트 <외계+인>은 최동훈 감독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도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.
2. 스펙터클은 더하고, 뉘앙스는 줄이고
- 2004년 데뷔작 <범죄의 재구성>을 발표한 이래 그가 일찌감치 장르의 귀재로 떠오른 것은 한국 영황에서 '장르'라는 단어가 아직은 진귀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다.
- 그는 스스로 장르의 개척자보다는 훌륭한 계승자이기를 자처했는데, 이때 주로 나온 이름이 할리우들 고전기 장르영화의 전설적인 이름 하워드 호크스다.
- 최동훈 감독이 하워드 호크스로부터 추출해낸 요소는 명확하다.
- 갱스터 <스카페이스>, 서부극 <붉은 강>, 로맨틱 코미디 <베이비 길들이기>를 넘나드는 장르적 스펙트럼에의 매혹, 그리고 서건의 긴장을 잠시 희석시키는 재치 있는 대사와 인간관계들. 최동훈 감독은 카리스마와 너스레를 오가는 배우의 연기, 그리고 대사를 날렵하게 직조함으로써 이 미덕을 자기 스타일로 수용했다.
- 한편 <범죄의 재구성><타짜><도둑들>의 흐름 사이에서 제각기 돌출되어 있는 두 작품 <전우치>와 <암살>은 어떤가.
- <전우치>와 <암살>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상상한 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뾰족한 디테일과 뉘앙스를 잃기 쉬워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.
- 최동훈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 <외계+인>은 홀로 다른 길을 간다. 외계+인에는 더 이상 최동훈 감독이 자신의 감각대로 '가지고 놀'현실의 조각이 없다. 고려는 홍콩 무협 장르를, 현재는 할리우드 SF 장르를 옮겨온 세계다.
- 2022년 현실에서 묘사되는 주요 장소가 그 느낌을 대변하는데, <외계+인>의 오늘날은 학교와 병원, 도심처럼 집단적 개념으로만 뭉뚱 그려지고 있다.
- 그래서 어쩌면 <외계+인>은 최동훈 감독이 완벽히 새로운 분기점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의미가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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